Culture
의학의 역사, 그림으로 친해지다

윤용기

- 이승구 원장 ‘명화와 삽화로 보는 천년의학’ 펴내
- 외과 수술까지 했던 이발사 이야기 등 생생한 의학 이야기 담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또는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란 옛것을 돌이켜 새것을 찾거나 보다 발전시킨다는 말인데, 구전(口傳)되거나 몇 백, 몇 천 년 전의 옛날책과 그림에 인용된 의학적 사안들을 보면, 그것이 비록 성공하였거나 실패하였던 일들이었다 할지라도, 모두 현대의학으로 발전하는 기초가 되었음은 말할 것이 없습니다.” -<명화와 삽화로 보는 천년의학> ‘책 머리에’ 중

 

 

흔히 ‘과거(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하곤 한다. 과거를 제대로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현재를 이해할 수도, 더 나아가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승구 대전선병원 국제의료원장이 최근 출간한 ‘명화와 삽화로 보는 천년의학’은 과거 의학을 살펴보는 창으로 그림을 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는 ‘의학의 역사’라는, 듣기만 해도 무겁게 느껴지는 화두를 그림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 원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발전상을 당대의 시대상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명 박물관이 소장한 예술작품부터 과거 교과서나 신문에 삽입된 삽화까지 당대의 의학 수준을 비교적 상세하게 혹은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낸 그림들이 이 원장의 설명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과거의 명화나 삽화, 벽화, 조각 등에 묘사된 고대의학의 단편들을 찾아 오랜 기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밀라노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박물관과 옥스퍼드 대학 보드레이안 도서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유명박물관의 의료분야를 섭렵한 이승구 원장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림이 곁들여지니 의학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과거 의학을 둘러싼 논란과 변화, 발전의 양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Surgeon’은 외과의 혹은 외과 전문의를 뜻하는 단어로, 외과학을 전문으로 하며 보통 시술 및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일컫는다. 흔히 수술적인 치료없이 약물 등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내과와 비교되어 왔으나 오늘날에는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의학의 발달로 종․횡적 세분화가 이루어졌고 분과별 전문성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대 중세시대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놀랍게도 고대 중세시대에는 이발사가 외과의사 역할을 했다. 이발소를 상징하는 빨강, 파랑, 흰색의 표시등도 실은 동맥, 정맥, 붕대를 의미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15~16세기까지 고대유럽에서 ‘외과학’은 별도의 의학 분야가 존재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내과의사를 닥터(Doctor)로 불렀으나 외과의사는 미스터(Mister)라고 부르며 제빵사, 양조자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때문에 15세기 외과치료는 이발소 내에서 이발 작업과 수술치료가 동시에 이뤄졌고 심지어 1540년 영국의회는 이발사 협회 산하에 이발사 외과의사협회를 승인했다. 이는 250여 년이 경과된 18세기까지 이어지며 외과의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헨리 8세를 치료했던 토마스 바카리, 1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복무한 근대의학의 아버지 앙부루아즈 파레 등 외과 의사들의 노력과 혁신적인 외과 의술의 발전으로 1745년 외과의사 협회가 비로소 이발사 외과의사 협회로부터 분리 독립하게 된다. 이후 외과는 생명의 불씨를 지피는 의학의 한 축이 되었다.

깊은 지식은 아니지만 외과의사와 관련된 역사와 흐름을 파악하는데 10분이면 충분했다. 이발사에서 이발과 수술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 담긴 삽화가 글을 읽는 동시에 당시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덕분이다.

 

의학은 흔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분야라고 한다.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할수록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정보가 범람하는 ‘정보화 시대’에서 잘못된 정보습득으로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대칭의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할 필요성도 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의학. 우리에게 이승구 원장의 칼럼처럼 쉽게 읽혀지는 글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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